2024년, 한국 영화계를 뜨겁게 달군 작품 하얼빈이 토론토 국제영화제(TIFF)에서 최초로 공개되었다. 하얼빈은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중심으로 한 작품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현빈이 안중근 역을 맡아 새로운 연기 변신을 보여준다.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이지만, 단순한 교훈적 서사가 아닌 ‘한 인간의 신념과 선택’에 초점을 맞춘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이 리뷰에서는 하얼빈의 감동적인 순간들과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의 반응을 함께 살펴보겠다.
1. 하얼빈, 역사 속 인물의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다
하얼빈은 1909년, 안중근 의사가 중국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다. 하지만 단순한 역사적 재현이 아니라, 그 순간을 맞이하기까지 한 인간이 겪었던 내면의 갈등과 결단의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현빈이 연기한 안중근은 우리가 흔히 교과서에서 접했던 영웅적 인물과는 조금 다르다. 그는 분노로만 가득 찬 인물이 아니다. 가족을 떠나고, 동료들과 목숨을 걸고 싸우며,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한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면서도 그 길을 걸어간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안중근이 하얼빈 역으로 가기 전날 밤의 독백이다.
“이 길이 옳다고 믿지만, 내가 떠난 후 남겨질 이들은 어떻게 될까?”
이 장면에서 현빈은 미묘한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흔들리는 눈빛, 짧은 한숨, 그리고 마지막 결연한 표정까지. 그의 연기는 안중근이라는 인물의 인간적인 면을 더욱 강렬하게 만든다.
또한, 영화는 단순한 애국심을 강조하는 대신, ‘신념을 지킨다는 것’의 의미를 묻는다.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인가, 아니면 침묵할 것인가.”
이 영화는 단순한 역사물이 아니다.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마주할 수 있는 신념과 용기에 대한 이야기다.
2. 하얼빈,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첫 공개되다
하얼빈은 2024년 토론토 국제영화제(TIFF)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되었다.
토론토 국제영화제란?
TIFF는 칸, 베니스, 베를린과 함께 세계 4대 영화제 중 하나로, 특히 북미 시장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가진 영화제다. 아카데미 시상식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이곳에서 공개된 작품들은 이후 오스카 수상작이 되기도 한다. (기생충 역시 TIFF를 거쳐 북미에서 주목을 받았다.)
TIFF는 단순히 영화인들만을 위한 영화제가 아니라, 일반 관객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영화제다. 그렇기 때문에 토론토에서의 반응은 곧 대중적인 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3. 토론토에서의 첫 반응 – 숨 막히는 긴장감과 묵직한 감동
TIFF에서 처음 공개된 하얼빈은 상영이 끝난 후, 극장이 몇 초간의 침묵에 휩싸였다. 그리고 이내 관객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역사 영화지만, 마치 한 편의 스릴러를 본 것 같다." – TIFF 관객 후기
외국 관객들에게 안중근은 익숙한 인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그가 누구인지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 그의 신념과 감정을 따라가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이 세계적인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통했다.
특히 마지막 하얼빈 역에서의 저격 장면은 숨이 멎을 듯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 적막이 흐르는 플랫폼,
- 손을 떨며 총을 쥐는 안중근,
- 그리고 발사되는 한 발의 총성.
이 장면에서 배경음악이 철저히 배제되었고, 현빈의 숨소리와 군중들의 웅성거림만이 들린다. 모든 것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순간, 관객들은 그와 함께 호흡하고, 그가 느꼈을 감정을 고스란히 경험한다.
"단순한 총성이 아니라, 한 시대를 관통하는 메아리 같은 순간이었다."
TIFF에서 영화가 끝난 후, 현빈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안중근 의사의 삶을 조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시대 속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저는 그가 느꼈을 감정을 진정성 있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4. 하얼빈, 한국 역사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
우민호 감독은 기존의 한국 역사 영화와 다른 방식으로 하얼빈을 연출했다.
- 전형적인 영웅 서사를 탈피
- 안중근을 단순한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 갈등하고 고민하는 인간으로 그렸다.
- 스릴러적인 요소 가미
- 독립운동가들의 계획, 정보전, 위험한 순간들이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그려진다.
- 감각적인 연출과 몰입도 높은 서사
- 웅장한 음악보다 절제된 사운드 디자인을 활용해 감정을 극대화했다.
이러한 연출 방식 덕분에 하얼빈은 기존 역사 영화보다 더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결론: 신념을 지킨다는 것의 의미
하얼빈은 단순한 역사 영화가 아니다. 한 인간이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했는지, 그리고 그 결단이 어떻게 한 시대를 바꿀 수 있는지를 묻는다.
현빈은 이 작품을 통해 기존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벗고, 묵직한 감정을 담아낸 연기를 보여줬다. 그리고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의 첫 반응은, 이 영화가 국경을 넘어 관객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단순히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아는 것 이상으로 **‘나였다면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하얼빈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아닐까.